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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는 출산하고 복직 후, 육아와 9 to 6 인 회사를 병행하면서 점점 이 시간을 아이와 함께하거나,
내가 일할 수 있는 시간에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회의를 느끼고 퇴사를 고민하고 있었던 어느 날, 저는 회사 사무실 창문 너머로 흐릿하게 보이는 회색 도시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정말 일이라는 건 이 공간 안에서만 가능한 걸까?’
시간은 흐르고, 프로젝트는 바뀌고, 팀도 계속 바뀌는데, 왜 저만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일의 본질은 그대로인데, 공간만은 왜 그렇게 고정되어야 할까... 내가 일 하고 싶은 시간, 일 할 수 있는 시간에 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를 고민했습니다.그때 처음으로 ‘원격 근무’라는 개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발리에서 노트북으로 일을 하고 있고, 누군가는 부산 바닷가에서 클라이언트와 화상 미팅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커리어를 가진 분들이 그런 삶을 살고 있다면,
저라고 안 될 이유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생각을 실행으로 바꿨습니다.이 글은 회사원에서 원격 근무자로 전환한 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식 이직을 고민하고 계신 분들께 현실적인 나침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여정을 풀어보았습니다.1단계. 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
아이는 점점 저와 함께하는 시간을 원했고,
일이 끝나고 6시가 넘어서 어린이집으로 가다보면 가슴이 답답해져 왔습니다.
아침 9시 출근을 지키기 위해 못일어나는 어린 아이를 깨워야 했고,
피곤으로 칭얼대는 아이를 억지로 어린이 집에 보내며 매일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이를 출산 후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면서 익숙하지 않은 업무들을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면서,그에 에너지를 너무 쓰고 나면 아이를 픽업해 집으로 와서는 지쳐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같은 건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화면을 바라보는 저를 보며
‘과연 이게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일까?’라는 질문이 생겼습니다.그 무렵부터 재택근무가 가능한 회사를 조금씩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재택근무가 아니라, **100% 원격 근무(풀리모트)**를 지원하는 회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그 회사들은 저의 국적이나 거주지보다, 업무 방식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더 중요하게 평가했습니다.
이건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유연한 세상이었습니다.2단계. 저는 이렇게 준비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당장 퇴사하지 않았습니다.
퇴사는 마지막 카드여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다니던 회사를 유지하면서도, 이직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첫째, 포지션보다 ‘문화’를 보는 눈을 키웠습니다
원격 근무를 허용하는 회사들이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업무 방식과 문화가 매우 다릅니다.
어떤 회사는 글 중심의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하고, 어떤 회사는 매일 영상 회의를 진행합니다.
또 어떤 회사는 결과 중심의 평가를 하고, 어떤 곳은 시간 단위로 일의 양을 측정합니다.저는 이직 후에도 ‘맞지 않는 환경’에서 일한다면 더 피곤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제 성향에 맞는 문화, 제가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방식을 가진 회사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둘째, 이력서보다 ‘기록’을 남기는 데 집중했습니다
원격 근무 기업들은 이력서보다도 온라인 상에 남긴 흔적, 즉 기록을 더 중요하게 평가합니다.
제가 어떤 글을 쓰고, 어떤 방식으로 협업하며, 어떤 일의 결과물을 만들었는지를
링크드인, 블로그, 노션 포트폴리오 등을 통해 확인하더군요.그래서 저는 그동안 정리하지 않았던 제 커리어를 처음부터 다시 정리했습니다.
링크드인에는 프로젝트 경험을 상세하게 작성했고,
노션에는 제 업무 방식과 결과물을 정리해 ‘한눈에 보이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저 자신도 ‘내가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해왔구나’라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3단계. 실제로 원격 근무 회사로 이직한 과정
저는 처음부터 한국 기업보다는 글로벌 원격 근무 기업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원격 근무 문화가 이미 성숙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채널을 통해 지원했을까요?
제가 활용한 주요 채용 플랫폼은 다음과 같습니다.
- Remote OK
- We Work Remotely
- AngelList (현재는 Wellfound로 명칭 변경)
- LinkedIn (리모트 근무 필터 적용 가능)
단순히 지원만 한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뉴스레터, 블로그, 트위터 등을 팔로우하며 기업의 문화와 흐름을 먼저 파악했습니다.
이런 정보들을 바탕으로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맞춤화해서 제출했더니,
면접까지 이어지는 확률이 확연히 높아졌습니다.▪ 면접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혼자 일할 수 있는 사람인가’였습니다
원격 근무 기업에서는 협업보다는 자기 주도적인 업무 수행 능력을 매우 중요하게 봅니다.
그래서 면접에서 저는 혼자서 일정을 계획하고 결과물을 만든 경험,
시간 관리 방식,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설득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4단계. 원격 근무 이후, 예상치 못했던 변화들
이직에 성공하고 원격 근무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삶의 구조였습니다.
출퇴근 시간이 사라지면서 하루가 더 길어졌고,
그만큼 저만의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도 더 커졌습니다.▪ 자율이라는 이름 아래, 더 큰 책임이 생겼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원격 근무가 자유롭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스스로 책임지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누가 제 옆에 앉아 감시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명확한 자기 규율이 필요했습니다.그래서 저는 매일 아침, 가장 먼저 오늘 해야 할 일을 메모장에 정리하고
시간 단위로 일정을 나누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이 습관 하나로 집중력과 결과물이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예상치 못한 외로움도 찾아왔습니다
사무실에서의 커피 한 잔, 점심시간의 짧은 대화가 사라지자
처음에는 쾌적하다고 느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외로움이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원격 근무자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같은 도시에 있는 분들과 오프라인 밋업도 주기적으로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은 혼자 할 수 있어도, 사람은 혼자 살아가기 어렵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어떤 분이 제게 이런 질문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원격 근무로 이직하고 나서,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인가요?”
저는 이렇게 대답드렸습니다.
“제 삶의 주도권이 다시 제게로 돌아온 느낌이에요.”물론 원격 근무가 모든 분들에게 맞는 방식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분들에게는 정말 절실한 대안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라는 공간에 속박되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셨다면
그건 결코 충동이 아니라 ‘변화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이 글이 어디선가 회의실 책상에 앉아
막연히 퇴사를 떠올리고 계신 분께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지금 당장은 무모해 보일 수 있지만,
한 걸음씩 준비하다 보면 분명히 ‘현실 가능한 미래’가 되어줄 것입니다.'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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