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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마드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실제 경험, 비용, 추천 도시, 생산성 툴 까지, 실전 정보만 담았습니다.

  • 2025. 5. 6.

    by. rc40-blog

    목차

       

      물건이 많다고 삶이 풍요롭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오히려 짐이 많을수록 이동이 어려워지고, 결정의 수는 늘어나며, 때때로 삶의 방향마저 흐려질 수 있습니다. 저는 1년 동안 ‘집 없이’ 살아보았습니다. 정해진 주소지 없이 살아간다는 건 단순한 모험이 아니라, 물건과의 관계를 다시 정리하는 일과도 같았습니다. 처음엔 불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새로운 능력을 하나 얻었습니다. 바로 ‘사지 않고 살아내는 기술’이었습니다. 이 글은 단순한 미니멀리즘 찬양이 아닙니다. 실제로 집 없이 떠돌며, 소유하지 않고 살아내야만 했던 한 사람의 생존 기술을 공유하는 이야기입니다.

       

      1. 짐이 많으면 움직일 수 없습니다

      처음엔 캐리어 하나에 삶을 담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노트북, 충전기, 몇 벌의 옷, 그리고 필수 생활용품들.
      하지만 도시를 옮겨 다니다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짐이 많다는 건 방향을 고를 수 없다는 뜻이라는 걸요.
      물건이 늘어날수록 저의 하루는 단순한 일정 조율이 아니라 짐과의 타협이 되어갔습니다.

      숙소에 들어가면 짐을 풀고, 나올 땐 다시 싸고, 그 과정에서 잃어버리고, 또 정리하고.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내가 이 물건들을 관리하기 위해 하루를 낭비하고 있다는 걸요.

      그때부터 저는 하나씩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갑 속 포인트 카드, 이중으로 있는 충전기, ‘혹시 몰라’ 챙긴 의약품, 비상용 신발까지.
      결국엔 캐리어 무게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제 마음의 무게가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2. 사지 않는다는 건 거절하는 기술입니다

      마트에 가면 ‘할인’이라는 단어가 보입니다.
      편의점에는 1+1이 붙어 있고, 쇼핑몰에는 ‘딱 오늘만’이라는 문구가 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저는 ‘싸니까’ 사들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제가 물건을 사지 않게 된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닙니다.
      공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물건을 두고 정리해둘 ‘내 공간’이 존재하지 않으니, 자연스레 사고 싶은 마음도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의외로 큰 자유였습니다.

      사지 않는다는 건 단순한 소비 자제 행위가 아니라,
      내가 오늘 내 삶에 필요한 것을 선별하는 능력이었습니다.
      더불어 물건을 보며 ‘정말 필요한가요?’라고 자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이건 단순한 소비 습관을 넘어서, 삶의 기준을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3. '있으면 편하다'는 말의 함정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이건 있으면 편해.”
      그 말이 틀린 건 아닙니다. 실제로 물건은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그건 ‘정착된 공간’에서의 이야기입니다.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며 느낀 건,
      '있으면 편하다'는 말은 결국 그 물건을 소지하고 유지해야 할 이유가 생긴다는 뜻이라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휴대용 다리미가 있으면 옷이 깔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캐리어에 넣고 다닐 것인가?
      그 다리미를 쓸 수 있는 환경인지, 전압은 맞는지, 혹시 부피는 너무 크진 않은지.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결국 깨닫게 됩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안 들고 다닐 자유’가 훨씬 가치 있다는 사실을요.

       

      4. 가장 강력한 정리는 ‘이동’입니다

      정리정돈 기술, 미니멀리스트의 수납 노하우, 셀프 리모델링까지.
      많은 사람들이 공간을 정리하려 애씁니다.
      하지만 제가 집 없이 살아보며 느낀 건, 진짜 정리는 ‘움직임’에서 시작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동이 자주 발생하면, 물건을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자연스레 ‘쓸모 없는 것’이 무엇인지 드러나고,
      필요하지 않은 것에 대한 ‘판단 기준’이 생깁니다.
      스스로가 판단하지 않으면, 몸이 고생합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정리법이었습니다.
      이동이 강제되는 삶에서는 '비움'이 선택이 아닌 생존입니다.

       

      5. 디지털 노마드가 되며 배운 사지 않는 습관들

      1년 동안 정착하지 않고 살아가면서, 제게는 몇 가지 변화가 생겼습니다.

      1)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줄었습니다

      예전엔 어떤 브랜드의 가방이 갖고 싶고, 어느 메이커의 옷이 더 좋아 보였습니다.
      지금은 ‘어디서든 구할 수 있고, 고장 나면 버릴 수 있는 것’이 더 좋습니다.
      실용이 우선이 되고, 브랜드가 아닌 기능으로 물건을 평가하게 되었습니다.

      2) 예쁜 건 필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예쁜 건 보기 좋은 거니까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동이 많아지고, 들고 다닐 수 있는 무게가 제한되면서,
      보기 좋은 것보단 다용도인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3) 리뷰를 먼저 보고 필요성을 다시 묻습니다

      예전엔 사고 나서 후회했지만,
      지금은 물건을 사기 전 리뷰를 먼저 보고,
      내가 진짜 이걸 들고 다닐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합니다.
      사지 않기 위해 한 번 더 고민하게 되니, 자연스레 불필요한 소비가 줄어듭니다.

       

      6. 사지 않으면 얻게 되는 것들

      물건을 줄이고, 소비를 멈췄을 뿐인데 의외로 많은 걸 얻게 되었습니다.

      • 공간의 여유
      • 이동의 자유
      • 물건에 대한 덜한 집착
      • 관리의 시간 절약
      • 필요 없는 선택으로부터의 해방감

      특히 ‘선택’이 줄어드는 게 굉장히 큰 변화였습니다.
      옷이 많으면 무엇을 입을지 고민해야 하지만,
      두 벌밖에 없으면 그냥 입으면 됩니다.

      생각을 줄이고, 단순화된 구조 속에서 더 명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사지 않음으로써, 저는 오히려 ‘선택의 자유’를 얻었습니다.

       

      7. 이 방식은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을까요?

      모두가 집 없이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또한 디지털 노마드라는 라이프스타일은 일정 수준의 리스크를 감수해야 가능한 형태입니다.

      하지만 사지 않고 살아보는 시도는 누구나 해볼 수 있습니다.
      꼭 떠나지 않아도 됩니다.

      • 한 달 동안 물건을 사지 않아보는 것,
      • 필요 없는 걸 나눔하거나 버려보는 것,
      • 쇼핑몰 앱을 지워보는 것.

      이런 작은 실천만으로도, 물건과 나의 관계는 조금씩 바뀔 수 있습니다.

       


      디지털노마드로 1년 살며 배운 ‘물건을 사지 않는’ 삶의 기술

      집 없이 살아본 1년은 단순한 이동의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물건과 거리두기하며, 진짜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구분하는 ‘삶의 정리 훈련’이었습니다.
      무언가를 자꾸 사들이는 삶에서, 아무것도 사지 않아도 괜찮은 삶으로 바뀐다는 건
      불편함을 감수한 끝에 찾아온 진짜 자유였습니다.

      혹시 지금, 삶이 너무 복잡하고 물건이 많아 무겁게 느껴지신다면
      ‘사지 않는 삶’이라는 실험을 한 번쯤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 안에서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얻게 되실지도 모릅니다.